뭐... 일단 나는 개발자다.
개발자? 딴거 없다. 누구든 원하는 것을 돈을 받고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단지 만드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돈을 받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던중 덜컹 대기업이라는 곳에 희망과 꿈을 가지고 왔다.
그래. 이왕 개발하는거 "세계 재패!" 이런거 한번 해보자.

S/W만큼 경쟁이 치열한 곳이 어디 있던가?
이런 세계라면 뭔가 근사한 것이 나올 것이고 이런 경쟁은 하면 할 수록 내 스스로 발전한다고 믿은 것이다.

그러나 큰 착각을 했다고 깨달은 것은 입사후 얼마뒤였다.

고객에게 대박 깨져가면서 외주 개발자들에게 온갖 설움을 당하면서 그러면서도 달래면서 가야 했고
한쪽에서는 내가 맡은 업무를 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상위 관리자는 다르다.
"이거해라.", "저거해라.", "왜 이것밖에 못하냐?" 등등등...

그럼에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저분도 나처럼 이런 길을 걸어갔었던 것일거야"

그러나 세월이 하루 이틀씩 지나고 그 자리를 계속 유지하지 못한 그 상위관리자는 일개 팀원으로 PM의 자리로
내려오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밀려났는데...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 OTL..

물론 위로 올라갈때는 업무능력만 가지고 갈 수 있는것이 아니다.
내가 모르는 그런 능력이 있기때문에 갈 수 있는 것이라 믿었지만 이런 믿음은 이성적인 행동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감정적인 요소를 무시한 내 판단은 정확하게 박살났고 그 순간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분노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그토록 "입"으로 개고생시키던 것이 경험이 아니라 단순한 개갈굼이었던 것이다.

그 순간 오버랩된 한장면이 바로 한국전쟁때 북진통일, 평양에서 점심을 이라고 나불대던 인간들이다.
실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뒤에 앉아 한번도 총도 쏴보지 못한 인간들이 입으로 나불대면서 북진 통일이
어쩌구 했던 바로 그 버릇. 조선왕조 500년동안 성리학이라는 논리에 치중했던 그 인간들의 버릇이 나온것이다.

논리는 이성의 활동이지 체험이나 경험으로 우러나오는 활동이 아니다.
단적인 예로 논리적으로 1+1=2 이지만 실전에서는 1+1=5가 될 수도 있고 1+1=0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이 인간의 세계이다.

계획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는 계획을 세워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계획을 세워보면서 나와 적을 성찰할 수 있는 것이지 그것이 미래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게임이론이라는 인간의 이기심을 머리속으로 생각하면서도
경제활동이라는 인간의 가장 이기적인 행위를 매일매일 접하면서도 잊고 지내며 명분이 어떻고 논리가 어떻고를
매일 같이 떠들고 있는 것이다.

가상 게임속의 내 아바타가 그 세계를 다 장악하는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현실에서 잉여로 살아가는 인간이 그리도
많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인것이다.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논리적인 계획과 그 계획의 실행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레벨까지는 갈 수 밖에 없지만
현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논리는 아무리 좋은 점수를 줘도 30%이하이다.

여기서 대기업 중간 관리자로써의 갈등과 고뇌가 생기고 만다.

양자 물리학에서 항상 정해진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닌 것처럼 우리는 이러한 원리속에 살아 가면서도 끊임없는
계획 보고와 실적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 웃기지 않은가?

실례로 최근에 본 책에서는 내적인 자발적 보상을 중요시 해야 한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외적 보상은 그때뿐이며 내적인 자발적 보상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글이다.

저자는 놀랍게도 Sony의 전성기를 이끈이였고 십수년전에 이미 Sony의 몰락을 그 책에서는 예견하고 있었다.
아마도 작은 벤쳐가 대기업으로 성장해가면서 겪는 성장통이 이런것이 아닐까?

시스템으로 모든것이 평가되는 시점에서는 자발적 보상을 받기 힘들어지고 거기에 덧붙여 목표를 달성했다는 만족감으로 무기력한 모드로 변환되면서 다시원점으로 돌아가버리는 것은 아닐까?

머리속이 복잡하다.


ps.
신념(철학)은 특히 강한 신념(철학)은 내 몸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두뇌라는 덩어리속에 강렬하게 작동하는 그 무엇은
전파가 되어 주변으로 퍼지고 그 전파는 다시 다른 두뇌를 자극하여 궁극적으로 인간은 혼자가 아니게 된다.
그 신념(철학)은 무의식에 있어야 하며 우리가 실재로 한 사무실에서 스스럼 없이 무엇인가를 내던지는 팀의 동료로
부터 자극을 받아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되는 경우를 체험하였다면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몰입은 너무나도 쉽게 깨어진다. 반대되는 사고를 하고 있는 누군가가 그에 반하는 전파를 계속
발신한다면 궁극적으로 상쇄되거나 혹은 긍정적 전파자체가 없어져 버릴 수 있다.
따라서, 경영자, 관리자는 마음속 깊이 통찰하고 팀의 벨런스를 맞춰 최적화를 시키기위해 다음의 공격적 행동을
프로젝트 초기 또는 사업 초기에 반드시 수행하여야 한다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지금 대구에 있고 서울로 가려는 목표를 설정했다면 제주도를 가겠다 부산을 가겠다고 하는 팀원은 내부의
적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 대구에서 잘살지 왜가느냐? 가 문제아 인것이다.
축구를 하는데 공을 뒤로 돌리는 것이 간혹 필요할때가 있는것처럼 반대 의견이 무조건 나쁘지만은 않는다. 정말 최악은
그 공을 가지고 한자리에 가만히 서있는 허수아비 선수가 가장 무서운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이러한 맴버가 눈에 띄고 그 행동이 계속 반복된다면 판단되면 먼저 말이 논리적인지를 살펴서 영업과 같은 업무를 줘서 사무실 밖으로 외근을 시켜 사무실의 몰입을 방해하는 행위를 차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고 외근을 시킬 수 없다면 잉여자원으로 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ps2.
한국의 학생들은 1주일에 평균 사교육으로 2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SKY를 중심으로 대학에 가고 거기서 또 박터지게 공부해서 MBA따러 미국가서 한국에 돌아와서 가는 곳이
바로 삼성, 현대, LG와 같은 전통 대기업 + SK 를 중심으로하는 신흥 대기업으로 진출한다.
그러다가 40대가 되면 초고속 승진으로 팀장, 상무까지 달지만 그들이 모르는 것이 하나있다.
부장까지는 정직원이지만 팀장이상 (특히 상무이상은 1년 계약직)은 단칼에 날아가는 자리라는 것이다.
어찌어찌해서 3년쯤 버티면 이제 회사에서 나가라고 한다. 후배들에게 자리내주고 나와서 할 수 있는것은
대기업 협력사 영업임원 또는 대표자리이다.
자신들의 성과를 위해 그토록 갈구던 중소기업에서 맨바닥 박박기어야 하는 현실을 본 똑똑한 후배들은 어떻게하면
저리 되지 않을까? 고민한다.
그들은 그러한 고민을 실행에 옮긴다.
혹자는 "그래! 싸워서 지지만 않으면돼. 그럼 성과가 나빠질수 없잖아?" 만만한 것 이상이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들이 생기고 또 다른 사람은 "그래! 역시 줄을 잘 타야돼" 라며 정치라는 편가르기에 가담한다.
이건 경제적으로 매우 고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회사에 매출의 일정부분을 저축해서 차기 회계년도로 이관 시킬수 있거나 혹은 몇년간 저축한것으로 살아나갈 수
있다면 그들은 오히려 초년병때 더 열심히 뛰며 돈을 벌어서 회사에 가져다 줄것이다.
그러나, 21C의 기업환경은 안전장치가 전무하다.
열심히 뛰다가 환경 혹은 스스로 지치는 때가 오면 작년에 비해 매출신장이 제로, 혹은 마이너스가 될 것이고 그 순간
도태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름 똑똑이들은 양적 성장을 위해 모든 것을 지불할 준비를 한다.
그래서 이마트, 롯데마트 같은 곳에서 피자, 치킨을 파는 것이며 이러한 양적 성장이 지속된다면 언젠가 우리는 공멸하고 말것이다.
역사가 주는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노예제도가 없어진것은 정치적, 인권적 해석 때문이 아니라.
돈을 한푼도 벌수 없는 노예는 돈을 한푼도 쓸수 없어서 소비자로써의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제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국가가 경제적 성장을 할 수 없기때문에 노예제도가 폐기되었다고 봐야 한다.
현재 대기업의 무조건적인 양적 성장으로 인해 점차 소상인들이 장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그들이 백수가 되면 또
다른 영역으로 기어들어가서 다 박살내고 하는 식의 확장은 궁극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순간 모든것이 폭삭 무너져 버리는 사상 누각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 진리인것 같다.

2010/12/09 01:11 2010/12/09 01:11
8월 1일자 각종 신문사 기사를 보니 최대 50%까지 신규 채용규모를 늘린다고 한다.
MB의 일갈에 대기업들이 채용규모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

http://news.nate.com/view/20100801n07257
http://news.nate.com/view/20100801n06564
http://news.nate.com/view/20100801n07752

그런데 반대 급부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기업이 어떤곳인가?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조직아닌가?
갑작이 50%나 늘린 채용규모만큼 기존의 직원은 등떠밀려서 나가야 하는 형국아니던가...

아직 명예퇴직 대상이 될 나이는 아니지만 조만간 이렇게 등 떠밀려서 나가야 하는게 한국 직장인들의 숙명아닐까?

에효.. 올 가을, 겨울은 유난히도 매섭겠구나...
2010/08/02 01:43 2010/08/02 01:43